덕질탐구
미니피규어의 정석. Bible 기초 지식편 – 3부
2019.10.10
*본 콘텐츠는‘기초 지식편-2부’에서 이어집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1부와 2부를 먼저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레고 미니피규어를 몹시 좋아하는 ‘조덕호아카이브’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2부에서 예고한 대로 ‘핫’한 마블캐릭터를 중심으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마블의 원년 멤버 여섯 명(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입니다. 각각 다른 스타일로 표현된 레고 미니피규어죠.
*본 콘텐츠는 제가 보유한 미니피규어 위주로 설명해 드립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모으지 못해 사진에 담지 못한 피규어도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가진 호크아이는 총 네 종류입니다. ‘올빽 머리’를 한 다소 낯선 미니피규어부터 흰색의 ‘퀀텀 슈트’까지! 저는 개인적으로 왼쪽에서 세 번째에 있는 <시빌워> 버전의 호크아이를 좋아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호크아이가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2012년에 개봉한 <어벤져스>를 보기 전, ‘이게 정말 가능한 그림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히어로들의 팀워크가 스크린에서 진짜로 펼쳐졌죠.
서로 다른 성격의 히어로가 한 데 모이는 것만으로도 명장면이 연출됐어요. 어벤져스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지던 단계여서 호크아이보다 상대적으로 비주얼이 멋졌던 다른 히어로들이 먼저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니피규어도 마찬가지였어요. 호크아이는 다소 형식상 출시된 느낌이었죠. 그런데도 전면과 후면 디자인에 꽤 정성을 들였더군요. 얼굴을 앞뒤로 나눠 두 가지로 표현한 ‘투페이스’로 만들 정도로요.
이때 만들어진 활이 호크아이 미니피규어의 공식 무기 디자인으로 자리 잡습니다.
어벤져스라는 브랜드는 첫 영화 이후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그에 따라 덜 주목받던 캐릭터에도 좀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죠.
<어벤져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검은색과 붉은색이 조합된 롱코트를 입고 등장한 호크아이입니다. 남자는 ‘머리빨’이라고 했던가요? 호크아이도 한껏 ‘머리빨’을 받았습니다.
심심하게 프린팅된 뒷면 디자인이 조금 아쉽지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표정이 ‘투페이스’ 디자인에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안경을 벗은 얼굴은 다른 버전의 호크아이에서 보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호크아이입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가치관 충돌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의 호크아이예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버전의 호크아이는 후면이 다소 아쉬웠지만, 이번 호크아이에선 ‘자동화 화살통’이 다시 디자인됐습니다. 해당 영화 속 캐릭터처럼 보라색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초기에 출시된 호크아이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버전의 뒷면 디자인을 한번 비교해보세요. 여러분은 어느 스타일이 더 좋으신가요?
위에서 잠깐 소개했던 ‘퀀텀 슈트’ 버전의 호크아이입니다.
사실 이 퀀텀 슈트는 영화 내에서는 정말 중요한 요소지만, 미니피규어로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히어로의 정체성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신기한 효과를 냅니다.
이거 보십시오!
자세히 보지 않거나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호크아이인지 캡틴 아메리카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있는 여자 캐릭터는 페퍼(아이언맨의 부인)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이번 해에 출시된 어벤져스 신상품 ‘레고 76126’에 들어 있는 비운(?)의 세 캐릭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아주 평범하게 출시됐습니다. 영화를 통해 감동의 쓰나미를 맞은 ‘덕후’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죠.(실제로 레고 76126은 결국 비인기 제품으로 전락….)
블랙 위도우도 호크아이처럼 네 개 버전으로 출시됐습니다.
저는 ‘레고 6869(퀸젯 공중전)’를 중고로 구매했는데, 이사하면서 머리가 긴 블랙 위도우를 잃어버렸죠.
아…T.T(옛날 제품이라서 더 비싸졌고, 심지어 구하기도 힘듬.) 전체적인 스타일은 영화 속 모습과 흡사하긴 합니다.
하지만 호크아이처럼 다른 히어로들의 존재감에 밀려버렸어요. 더 최악인 건 미니피규어의 얼굴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미모 싱크로율입니다. 이게 스칼렛 요한슨처럼 보이시나요?
여러 히어로 사이에서 ‘인간류’에 속하는 비교적 평범한 태생이지만, 수많은 팬을 확보한 블랙 위도우.
<어벤져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더욱 강한 전사의 이미지로 변신했고, 미니피규어는몸의 윤곽을 파랗게 도색한 ‘전기장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레고사도 마블 팬들의 인기를 인식한 것 같아요. 블랙 위도우 캐릭터를 상당히 공들여 디자인했거든요. 영화 속 다채로운 배우의 표정을 담기 위해 투페이스로 구성했고, 전면과 후면이 다른 표정은 이제 기본적인 제작 원칙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 중 가장 우울하게 연출된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의 블랙 위도우입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밝은 색상의 머리카락을 비롯해 기존 스타일과는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자칫하면 블랙 위도우의 존재감이 묻힐 수 있을 만큼 많은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머리 색깔의 변화와 민트톤 전투 복장 디자인이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위에서 소개했던 퀀텀 슈트를 착용한 여성 미니피규어는 사실 블랙 위도우였습니다.
마블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게 어떻게 블랙 위도우냐!”라며 납득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레고사는 제작하기 까다롭거나 사업적인 이유(스포일러 등)로 만들지 못하는 미니피규어를‘커스텀(custom)’이라는 세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블 팬들에겐 ‘안습’의 추억이자 흐릿한 기억 저편에 남은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토르 2: 다크 월드>입니다. 말레키스라는 ‘다크 다크한’ 캐릭터가 우주를 악의 구렁텅이로 넣겠다며 발악하는 고리타분한 영화였죠. 이 정도로 중증 ‘중2병’에 걸린 듯한 악역은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이런 ‘흑역사’ 덕분에 이후 토르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영화들은 큰 혜택을 받습니다.(이것도 작용-반작용이려나…ㅋㅋ)
‘큰 그림’을 잘 그리는 ‘갓파이기’(마블스튜디오 사장, 케빈 파이기)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만나 <토르 3: 라그나로크>에서 토르의 미친 존재감과 정체성을 재확립하죠. 그 정체성이 미니피규어에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매번 수트가 어떻게 신선하게 진화할지 지켜보는 맛으로 보는 아이언맨과는 달리 토르의 슈트는 짧은 시간 내에 파격적으로 변신했습니다. 앞으로도 몹시 기대될 수밖에 없죠.
토르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망치(묠니르)를 대차게 파괴시키기도 했고요. 진정한 번개 사나이, 토르가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미니피규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결한 신분이지만, 실상은 그저 망치를 휘두르는 아스가르드이고, 지구인한테는 ‘번개의 신’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누이(헬라)에게 망치를 뺏기고, 우리의 ‘스탠리 옹’에게 머리도 밀리고….산전수전 다 겪는 다채로운 캐릭터로 변모하죠.
‘전투형 토르’로 변한 모습은 정말 파격적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장발을 고수했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묶은 때가 제대로 씻겨나간 느낌이었습니다.
번개의 신답게 얼굴 디자인은 금방이라도 분노의 번개를 날려버릴 듯한 얼굴입니다. <토르: 라그나로크>가 개봉하기 전 출시되었는데, ‘덕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저 또한 레고 배경화면을 제작하면서 정말 요긴하게 썼던 미니피규어였습니다. 여러모로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변신의 출발점이 <토르: 라그나로크>였다면, ‘간지’의 절정은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잃어 삶의 지향점을 잃은 토르. 그의 끝없는 분노를 제대로 보여줬던 ‘지구 재등장 씬’은 외국에서 ‘토르가즘’이라는 은어까지 생길 정도로 희열을 안겨줬습니다.
왼쪽부터 |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의 토르.
날이 갈수록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여줬던 앞모습과는 다르게 뒷면 디자인은 다소 심심해지는 듯하네요? 이래서 레고사의 정성이 부족(?)해질 때쯤…, 커스텀 미니피규어 스타일로 덕질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제가 가진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그리고 토르의 커스텀 미니피규어입니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어벤져스 4: 엔드게임> 속 히어로들의 변화된 정체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미니피규어 호크아이의 디테일.
커스텀 미니피규어 블랙 위도우 디테일.
Whatever it takes.
커스텀 미니피규어 ‘뚱르’(ㅋㅋㅋㅋㅋㅋ) 디테일.
점점 아빠를 닮아가는 ‘뚱르’.
왼쪽부터 | 스톰브레이커 2종, 묠니르.
제가 커스텀 미니피규어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레고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미니피규어를 출시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었기 때문이죠. 지나치게 간소화된 각 캐릭터의 ‘들 것’에도 불만이 있었고요.
사진이나 영상 연출을 할 때 시각적으로 보이는 모든 요소를 잘 다루기 위해선 우리의 눈에 익숙한 디테일 정도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커스텀 미니피규어라면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죠.
사진 속 토르의 무기처럼 커스텀 미니피규어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비주얼은 따로 콘텐츠를 편성해서 소개해도 될 만큼 종류와 디테일이 다양합니다. 추후에 따로 한번 뵙도록 하죠!
아직 ‘고결한 미니피규어의 세계’에 제대로 입문 못 함.jpg.
헐크도 토르와 유사하게 ‘정체성’ 문제를 안고 있던 캐릭터입니다. 다만 토르는 MCU라는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제작을 통해 브랜딩에 성공한 캐릭터지만, 헐크는 조금 다르죠.
이미 영화로 제작된 사례도 있고, 오래전부터 ‘초록색 괴물’이라는 인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체성 자체가 큰 단점으로 작용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캐릭터였습니다.
*초기 마블코믹스(만화책)으로 출판될 당시 헐크는 회색 괴물로 표현됐습니다. 인쇄 문제로 회색 프린팅이 잘 구현되지 않자 얼떨결에 선택한 색깔이 바로 초록색이었죠.
“나 초록색이고, 매일 화나 있음!” 헐크는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고질적인 정체성을 다소 해소한 때가 바로 <어벤져스 4: 엔드 게임>의 ‘스마트 헐크’입니다.
마블스튜디오는 통상적인(화난) 헐크를 스마트 헐크로 리브랜딩하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미니피규어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미니피규어는 헐크로 캐스팅된 마크 러팔로와 이상할 정도로 매칭이 잘 안 됩니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로 변화하기 전의 모습을 통해 심리적 변화와 외형은 비교적 잘 표현했습니다.
*옛날 헐크는 그저 신비감을 준다는 명목으로 늘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팬티는 안 찢어지고)나 이렇게 초록색으로 변했다~뿅!’ 정도의 연출이었습니다.
(마크 러팔로 사진 출처 : Marvel)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헐크는 미니피규어처럼 늘 성이 나 있습니다. 다만 어떻게 컨트롤해 다시 인간(브루스 배너)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고뇌가 캐릭터 정체성에 함께 담겨있죠.
헐크의 새로운 브랜딩 이미지. ‘스마트 헐크’가 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헐크는 뭐니 뭐니 해도 ‘빡침 캐릭터’가 잘 어울려요ㅋㅋㅋㅋ
늘 ‘빡쳐 있는’ 헐크.jpg
오늘은 호크아이부터 블랙 위도우, 토르 그리고 헐크까지 어벤져스 원년 멤버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봤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다른 스타일로 표현한 미니피규어가 흥미로우셨나요? 다음에 이어질 4부는 바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입니다.
두 캐릭터는 유명하기도 하고, 팬들의 애정도 큰 만큼 정말 많은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네 명의 캐릭터들을 모두 모아도 이 두 캐릭터의 개수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진짜 이렇게 많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많습니다.
헷갈리지 않게 ‘원 큐-!’에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여 곧 뵙겠습니다.
누구의 스타일이 더 다양할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조덕호아카이브
덕질에 가치를 더하는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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