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탐구
문워치란 무엇인가
2019.09.07
‘문 워치’로 유명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1957년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계는 애초에 우주를 염두에 두고 개발 및 출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피드마스터에 ‘문 워치’라는 수식이 붙기 시작한 건 아폴로 11호의 비행사들이 이 시계를 차고 달에 내린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인데, 그게 1969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닐 암스트롱은 달을 밟았을 때 시계를 달 착륙선에 두고 내렸으므로, 버즈 올드린이 찬 스피드마스터가 최초의 ‘문 워치’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튼튼한 시계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사(NASA)에서 이 모델을 비행사들에게 채워 위험천만한 우주로 보냈을 리 만무하겠죠. 실제로 아폴로 11호 계획 단계부터 나사는 시계를 필수 우주 장비로 지정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시계를 받아 엄청나게 혹독한 테스트를 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약 70도의 고온에 시계를 노출한 후 영하 18도로 급속 냉각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40G에 해당하는 중력가속도의 힘을 가했으며, 93%의 습도와 부식되기 쉬운 포화 산소 환경에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체크했습니다. 또한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는 우주선의 특성상 소음 내구성 테스트도 거쳤다. 거의 고문에 가까운 테스트에서 살아남은 시계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딱 하나였습니다. 이 실험 내용은 시계의 무용담으로 발전해 여전히 구전되고 시계 애호가들의 심장에 도킹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에 열광하는 건 어쩌면 시계의 내구성 그 자체보다 내구성 검증에 관한 이런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딱 ‘반 백 년’ 지났습니다. 한정판 출시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메가가 이런 경사를 그냥 지나칠 리 없겠죠.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1 5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은 이번 잔치의 산물이자 하이라이트입니다. 누가 봐도 기념 모델인 줄 알 수 있게끔 9시 서브 다이얼에 버즈 올드린의 모습을 양각했습니다. 11시 인덱스만 모양이 다른 것은 아폴로 11호에 대한 상징입니다. 시계에서 금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진짜 금을 활용했죠. 하지만 그냥 ‘골드’는 이야깃거리가 안 되니, ‘문 샤인 골드’로 명명한 합금을 사용했습니다. 이 소재는 옐로 골드보다 더 연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계의 뒷면에는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을 새겼습니다. 시각적으로 멋진 세공이자, “이것이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음성 지원이 되는 놀라운 디테일이다. 케이스에서 새긴 6969는 총 생산한 시계의 수를 의미합니다. 1969점이 아닌, 6969점인 건 ‘문 워치’ 팬들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겠네요.
최근 페이커가 이 문워치의 모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그의 이야기가 문워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소스를 눌러서 한 번 보시죠.
Co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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