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운트 제로
윌리엄 깁슨의 스프롤 3부작 중 두번째인 카운트제로.
여러모로 전작인 뉴로맨서와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는데, 시적이고 음울한 분위기를 맘껏 뽐내던 뉴로맨서와 달리 카운트제로 부터는 대놓고 영화식 스릴러 구성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세명의 이야기가 서로 전혀 연관성 없이 시작을 했다가 종반부에 얽히고 엮여서 마침내 모두 만나게 되는 구성인데, 확실히 뉴로맨서보다는 쉽게 읽힌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용어의 차이가 아니라 분위기나 문체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뉴로맨서에서는 주인공인 케이스의 시점에서 끝까지 가지만, 카운트 제로부터 이 다음편인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역시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호흡을 조절하고 적절히 엮어감으로써(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가 엮이기 시작함) 독자에게 묘한 즐거움을 주는데 주력한 듯 하다.
같은 시리즈라서 뉴로맨서와 비교하기엔 애매하지만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뉴로맨서는 말 그대로 명작 고전소설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지만 그 이후 부터는 오락소설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점 정도. 약간 아쉽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