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소년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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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과 행운에 속지마라. 행운에 속지마라 이후로 블랙스완을 읽을까, 안티프래질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가 나심탈레브의 정수는 세간에 유명하게 알려진 블랙스완이 아니라 안티프래질이라는 말을 듣고 냉큼 구입하개 되었다. 큰 틀에서 보면 전작인 행운에 속지마라와 크게 다를거 없어 보이나, 안티프래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한발짝 큰 관념으로 나아간게 느껴진다. 내용이 굉장히 어려워서 앞으로 세번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교훈을 주는 책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각종 수치와 데이터, 표와 그래프가 등장하면서 리스크매니지먼트의 성격을 띄기도 하고, 옵션으로 설명하는 내용에선 주식과 경제학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반면 소크라테스와 스토아 학파의 이야기같은 철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래저래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어려웠던 책.. 모두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믿지만 삶은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비선형성을 띈다. 절대로 내가 노력한만큼 1:1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반대로 내가 노력한 것 보다 결과가 더 크게 나올 수도 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출발은 리스크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마이너스 인것, 혹은 예기치 못한 손실을 리스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예상치 못한 결과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게 목표다. 그러니까 결과가 인풋 대비 플러스라도 어쨌든 '예상치 못한' 이익이니까 리스크에 포함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안티프래질이란, 불확실성과 외부충격이 가해졌을 때, 외부효과를 긍정적인 아웃풋으로 바꿀 수 있는 특징을 뜻한다. Fragile은 충격에 깨지기 쉽다는 뜻인데, 아주 쉬운 비유로 주식트레이더가 적합하다. 이 친구들은 본인이 잘나서 돈을 잘 버는 줄 알며 호의호식 하다가 어느날 검은 백조를 만나면 인생 종치게 된다. Fragile의 반대는 그럼 단단한 것 인가? 단단한 것이 Antifragile인가? 정답은 아니다. 그건 그냥 단단한 것이다. Robust한 것은 외부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쉽게 손실을 복원하는 Resilient한 것들도 마찬가지다. 외부충격이 의미가 없다. 안티프래질은 외부충격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영향을 긍정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Fragile과 비교된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와 같다. 불확실성이 가해지지만(목이 잘림), 결과를 긍정적으로 탈바꿈한다(잘린곳에서 목이 두개가 새로 생김). 좀 거칠고 매우매우 단순하게 표현을 하자면 내가 잘나서, 혹은 내가 못나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게 아니라 각종 요소와 운에 영향을 받아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니 결과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깝치지말고 겸허함을 받아들여라, 불확실성과 무작위성, 시행착오를 막는데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수용하고 어떻게 흡수하는지 배워라, 라는 내용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 한 문장이 그야말로 책 전체의 축약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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