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장난감은 고상하고 점잔빼는 장식품 내지는 더 나아가서는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장난’이라는 의미와는 사뭇 이질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문득,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정크푸드 같은 그런 장난감을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개봉한지라 자연스레 그 추억구매의 대상은 ‘스파이더맨 TV 애니메이션 시리즈(TAS)’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94년도, 국내에서는 97년도 KBS 2TV에서 방영한 스파이더맨 TAS는 다양한 히어로와 빌런의 등장으로 그 재미를 더 했다. 뭐, 뱀파이어 헌터 블레이드까지 나왔으면 말 다했지싶다.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의 등장,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 마지막 화에서 故스탠 리 옹과의 만남 까지 마블 유니버스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피규어 종류도 다양해서 일단은 스파이더맨과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 모인 빌런 조합 ‘시니스터 식스’만 모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수집을 시작했지만, 끊임없는 물욕의 우선순위에 밀려나면서 요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리 우연이지만 참 재밌는게 구차한 의미부여 같지만 이 미완성 빌런 조합이 고스란히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극중 모습은 사뭇 달랐지만 말이다.
최근,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의 티저가 뜨면서, 영화에 대한 내 마음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기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이 출현한다는 것이고, 우려는 그가 맡은 배역인 ‘미스테리오’가 눈속임 환영 정도 구사하는 같잖은 수준의 빌런이라서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원작과의 별개의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추억팔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원작 꼰대에게 따끔한 일침 한방을 맥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본심이다.